[우간다]“하나님이 우리를 도와줬어요” 달력 속 그림에 담긴 18세 소녀의 외침

2026-06-02

2026 월드 칠드런 예술제 자선 달력에 실린 카예스 씨의 그림

2026 월드 칠드런 예술제 자선 달력에 실린 카예스의 그림


 “한 여성이 칼에 공격당하고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도망치고 있습니다. 소년은 활과 화살에 맞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사람들은 죽음을 피해 다른 나라로 도망가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 아이들의 그림이 담긴 ‘2026 월드 칠드런 예술제 자선 달력’. 피스윈즈가 활동하는 여러 나라 아이들이 그린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 좋아하는 취미에 몰두하는 순간 등 따뜻한 그림들이 이어지는 달력을 넘기다 보면, 6월 페이지에서 한 장의 그림이 시선을 붙잡습니다. 당시 13살이었던 한 소녀가 실제로 고향에서 목격한 전쟁의 장면을 그린 그림입니다. 


지난해 직접 그림을 전달해 준 카예스 씨

지난해 직접 그림을 전달해 준 카예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현재 우간다의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카예스 양입니다. 그녀는 약 5년 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생한 분쟁을 피해 우간다 서부 난민 정착지로 대피했습니다. 


난민 정착지는 난민과 지역 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난민 정착지는 난민과 지역 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피스윈즈는 카예스를 만나 고향을 떠나야 했던 기억과 현재의 삶, 그리고 앞으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


 카예스 가족이 우간다에 도착했을 때는 집도 없었고, 언어도 환경도 모두 낯설었습니다. 

그런 가족을 도와준 것은 먼저 피난 와 있던 같은 고향 사람들입니다. 그중에는 어린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의 어머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카예스는 가장 친한 친구가 분쟁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전쟁 장면을 그림으로 남긴다는 것은 친구의 죽음과 고향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카예스는 “난민인 우리를 잊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용기를 내어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진행된 인터뷰

가족과 함께 진행된 인터뷰


피난 이후에도 계속되는 어려움

 우간다에 와서 총성과 폭발음은 사라졌지만, 생활의 어려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예스는 “지금도 돈도 부족하고, 물도 부족하고, 먹을 것도 부족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한 학기 전체를 학교에 가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장녀인 카예스는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일 대부분을 맡고 있습니다. 학교에 가지 않는 기간에는 가족이 빌린 농지에서 일을 돕고, 매일 먼 우물까지 걸어가 물을 길어오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카예스 씨 가족의 집

카예스 가족의 집


전통 용기를 이용해 우유를 보관하는 모습

전통 용기를 이용해 우유를 보관하는 모습


가족을 지탱하는 오빠의 도전

 가족의 생계를 돕고 있는 사람은 오빠 아이작 씨입니다. 


 아이작는 피스윈즈의 농업 지원 사업에 참여하며 농업 기술과 비즈니스 역량을 배우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농업 단체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며 회계 업무와 물품 운반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카예스는 “오빠가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어 자랑스럽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농업 단체 대표로 행사에서 인사하는 아이작 씨

농업 단체 대표로 행사에서 인사하는 오빠 아이작


“신이 우리를 도와줬어요”

 인터뷰 마지막에, “우간다에 막 도착했던 과거의 자신에게 한마디를 건넬 수 있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카예스는 잠시 생각한 뒤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하나님이 너를 도와줬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 말이 당시의 저에게는 희망이 됐을 것 같아요.”
 


 이제 카예스는 현재 살고 있는 난민 정착지를 ‘나의 집(Home)’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곳에서 치과의사가 되는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는 전문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지역 주민들을 돕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달력을 보여주는 카예스 씨와 가족들

달력을 보여주는 카예스와 가족들


 인터뷰 내내 카예스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잠시 먼 곳을 바라보며 기억을 더듬듯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아픔과 강인함을 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피스윈즈는 앞으로도 난민과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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