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사한 남편의 뜻을 이어, 지역 주민과 함께 걷다

2025-08-25

피스윈즈는 현지 NGO인 엘레오스·우크라이나와 협력하여,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약 220km 떨어진 지토미르 주 즈비아헬 시에서 ‘패밀리 허브(Family Hub)’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허브’란, 여러 일이 연결되고 중심이 되는 장소나 존재를 의미합니다. 이 활동을 통해 전쟁의 영향을 받은 여성과 어린이, 그리고 인근에서 생활하는 국내 실향민과 지역 주민들에게 법률적·사회적·심리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패밀리 허브의 스태프인 카테리나 씨는 법률 전문가로서, 공적 지원을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 작성에 도움을 주거나, 가정 내 폭력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 자신도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어린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그녀는 어떤 마음으로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을까요. (이번 인터뷰는 7월 30일, 러시아의 공격으로 수도 키이우에서 3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다음 날 아침에 진행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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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허브에서 법률 상담을 진행하는 카테리나 씨(오른쪽)


Q. 우크라이나 각지에서 매일같이 대규모 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즈비아헬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카테리나:

이제는 매일 밤 되풀이되는 일이에요. 어젯밤에도 공습경보가 간헐적으로 울렸습니다. 다행히 즈비아헬 자체에는 피해가 없었지만, 우크라이나 공군기랑 러시아의 샤헤드 드론(이란제 순항형 드론으로 알려져 있죠)이 상공을 스쳐 지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전쟁이 벌써 4년째라… 이제는 경보가 울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게 이 마을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이 된 것 같아요.


경보는 주(州) 단위로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현지 SNS를 보면 그 위협이 어떤 건지, 예를 들어 순항미사일인지 탄도미사일인지, 드론인지… 또 몇 기가 어디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지까지 수시로 업데이트가 돼요.사람들은 그런 정보까지 참고하면서, 각자 나 름의 판단 근거를 세우고 행동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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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2대 즈비아헬 방면’으로 업데이트된 SNS 화면


Q. 공습이 무섭지 않으세요?  

카테리나:

전쟁이 막 시작됐을 때만 해도, 공습경보가 울리면 저는 늘 반응했어요. 옆집 대피소로 달려가 피신하곤 했죠. 하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그렇게 움직이지 않아요. 제 안에서 그런 변화가 생긴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제 남편 티무르의 전사였어요.


그는 군인이었고, 2014년에는 코소보에서, 2017년에는 라이베리아에서 평화유지 임무를 수행했어요. 제대 후에는 즈비아헬로 돌아와 학교를 마치고 직장도 얻었죠. 그런데 러시아가 침공하면서 다시 군에 복귀했고… 2023년 8월, 결국 전투에서 숨졌습니다. 겨우 스물아홉이었어요.


저희 사이에는 지금 세 살 된 딸이 있습니다. 오늘은 수두에 걸린 것 같아 40도 가까운 열이 나서, 제 아버지가 돌보고 계세요. 이런저런 감정이 밀려오지만… 그렇다고 슬픔에만 잠겨 있을 수는 없어요. 딸을 지켜야 하니까요. 제가 냉정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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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비아헬 성터 공원에 있는 ‘사랑의 자물쇠’. 즈비아헬에는 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많은 시민들이 

소중한 이들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Q. “패밀리 허브”에서 법률 상담을 담당하는 한편, 청년들을 위한 활동도 주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카테리나:

네. 저는 지금 청소년을 위한 리더십 아카데미, ‘코드 타메를란(Code Tamerlan)’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참여자는 대부분 즈비아헬 출신인데, 나이는 15세부터 42세까지 다양해요.


7월부터 10월까지는 주말마다 자원봉사자, 전문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대표자들이 와서 강의를 진행합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단순히 지식을 주는 게 아니에요. 지역 청년들이 리더십 역량을 기르고, 지역사회와 나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환경과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죠.


저는 이 활동이 단순한 교육을 넘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또 배우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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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아카데미에서 활동 중인 카테리나 씨 


Q. ‘타메를란’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카테리나:

사실 ‘코드 타메를란’이라는 이름은 제 남편 티무르가 군에서 사용하던 콜사인(군 내부 식별명)이었어요. 이 활동은 제가 발기인이 되어 시와 동료들의 협력을 얻어 진행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티무르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티무르는 단순히 강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는 지혜로우면서도 따뜻했고, 섬세함까지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늘 주변 사람들을 도왔고, 많은 젊은이들의 멘토이기도 했죠.


그래서 우리는 지역 청년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뛰어난 리더가 될 수 있는지, 어떻게 지식과 경험을 관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지역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실천할 수 있는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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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리나 씨 등 전몰자 유가족이 가꾸는 메모리얼 파크. 전몰자의 기억을 전하기 위해 플래카드 뒤편에 화이트시더가 심겨 있다.

 


법률가라는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혹은 본인의 삶의 경험 때문인지, 카테리나 씨의 목소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놀라울 만큼 차분했습니다.


즈비아헬의 상황은,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수도 키이우와는 조금 다릅니다. 겉보기에는 평온한 일상이 이어지는 듯 보이지만, 밤마다 울려 퍼지는 공습경보와 무인기의 굉음이 일상이 된 비정상적인 현실이 존재합니다.


이 도시는 군 주둔지가 있는 곳이기에, 가족의 무사 귀환을 불안 속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불행히도 사랑하는 이를 전쟁으로 잃은 사람들, 혹은 참혹한 전장을 겪고 심신의 상처를 안은 채 시민 생활로 돌아오려 애쓰는 사람들 등, 전쟁의 피해를 입고 여전히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피스윈즈는 ‘패밀리 허브’ 활동을 통해 이러한 사람들을 앞으로도 꾸준히 지원해 나갈 것입니다.


(인터뷰: 몰도바 사무소 / 쿠카이 류스케)

 


피스윈즈는 어려움을 겪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을 이어가겠습니다.

앞으로도 따뜻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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