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물과 의약품 지원… 대피소에서 만난 ‘서로 돕는 마음’

2025-11-10

대피소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부모와 아이


태풍 25호로 인한 홍수 피해의 흔적이 여전히 깊게 남아 있는 필리핀 세부섬.
피스윈즈는 앞서 전해드린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대피소에 필요한 대형 저장탱크를 전달했습니다. 이와 함께 급변하는 현장의 상황 속에서 무엇이 가장 시급하게 요구되는지 세심하게 살피며, 그때그때 필요한 지원을 유연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피소 상황에 꼭 맞춘 물 지원

물 지원을 위해 저장탱크 를 확보


전날까지의 조사에서 심각한 물 부족 문제가 확인된 만큼, 피스윈즈는 8일 우선적으로 대형 저장탱크를 구입해 앞서 방문했던 대피소에 설치했습니다. 이날 세부섬은 아침부터 거센 비가 이어졌고, 배수가 잘 되지 않는 곳들은 금세 깊은 물웅덩이가 생길 정도였습니다.

저장탱크를 지원 방식으로 선택한 이유는, 시간적 제약 때문에 충분한 물 공급을 받지 못하는 대피자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시 당국에서 급수차를 보내 대피소를 순회하고 있지만, 한 곳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물을 받기 위해 줄을 서도, 뒤쪽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차례가 돌아오기 전에 급수 시간이 끝나 물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대피소를 돌며 물을 공급하는 급수차


대형 저장탱크에 생활용수를 받아두면, 급수차가 오지 않는 시간에도 필요한 물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식수 부족도 지적되고 있었지만, 피해 발생 후 첫 주말을 앞두고 있던 이날은 음료수와 식료품에 대한 지원은 주말 동안 충분히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왔습니다.

이번에 준비한 200리터 용량의 탱크 두 개는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대피소에 설치되었고, 즉시 생활용수를 확보하는 데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피소로 옮겨진 급수 탱크


한편 주변의 다른 대피소 상황을 확인한 결과, 많은 지역에서 물 부족 문제가 점차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날만 해도 방문했던 모든 곳에서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호소가 이어졌지만, 행정과 관계자들의 신속한 대응이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재난 직후의 현장은 상황이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하며 시시각각 변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피스윈즈는 다른 지역에 대한 물 지원은 서두르지 않고, 이번에 설치한 저장탱크가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살피며 이후의 지원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저장탱크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대피소 환경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하는 동시에, 물 이외에 새로운 긴급 니즈가 발생하고 있지 않은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대피 주민을 지탱하는 작은 진료소의 큰 도전

대피소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조반니 씨


그런 가운데, 심각한 피해를 입은 탈리사이(Talisay) 시에서 만난 사람이 바로 지역 대표 조반니 씨였습니다.

간호사로 일했고 보건부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는 그는, 집을 잃고 모여든 주민들이 머무는 대피소의 운영을 맡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의사인 아내의 도움을 받아 대피 주민과 주변 지역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꾸준히 살피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방문한 8일에는, 임시 진료소로 사용하기 위해 대피소 광장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였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건강 검진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조반니 씨는 다음 날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진료도 실시해 만성질환을 가진 주민들에게 약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수백 명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감당할 충분한 의약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건강검진을 받는 아이들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일상이 송두리째 빼앗긴 상황에서, 많은 피해 주민들이 건강을 잃거나 기존의 지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집을 잃은 사람들이 앞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중·장기적인 생활 재건의 전망도 아직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대피 생활이 길어질수록, 대피자들의 건강은 더욱 큰 위험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조반니 씨는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상황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기본적인 건강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약 200명 규모의 의사들로 구성된 자원봉사 그룹에도 속해 있습니다. 지역의 자원봉사 의사들,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며 이 대피소에서 피해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고, 앞으로는 이러한 지원을 다른 지역으로도 넓혀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대피소의 현실, 대피 주민에게 필요한 의료·보건지원의 중요성, 그리고 조반니 씨의 뜨거운 헌신을 고려해 피스윈즈는 그들의 노력을 뒷받침하는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피소에 의약품을 지원


피스윈즈 팀은 그날 안으로 세부 시내의 여러 약국을 돌며 필요한 의약품을 확보했고, 다음 날인 9일 아침, 진료 시작 전에 임시 진료소에 이를 전달했습니다. 아침부터 대피 주민들과 주변 지역 주민들이 차례로 찾아와 진료를 받았고, 이후 곧바로 지원 물품으로 전달된 의약품을 받아갈 수 있었습니다.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잃지 않은 미소

홍수로 집을 잃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전혀 내다볼 수 없는 상황—
그런 극한의 현실을 마주한 대피 주민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대피소를 찾았을 때, 주민들은 거의 내색 없이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걸어주거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주었습니다. 아이들 역시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우리 주변에 모여들었습니다.

작은 가방 하나만 겨우 품에 안고, 나머지 모든 것을 홍수에 잃어버렸다고 말하는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우리 동네 집들은 거의 다 떠내려가서, 집터조차 남지 않았어요.


그녀는 잠시 표정을 굳혔지만, 곧 

그래도 서로 돕는 마음이 우리에게 희망이 되고 있어요. 하나님께, 그리고 우리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해요.

라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한 대학생 여성도 집과 대부분의 소지품을 잃어 학교에 다니는 것조차 어려워졌습니다. 학교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수업에 참여해 보려 하지만, 열악한 통신 환경이 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미래조차 불안할 상황임에도, 그녀가 가장 걱정한다고 말한 것은 “아직 어린 조카가 이번 태풍 피해로 큰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녀의 조카를 향한 깊은 걱정과 애정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며칠 전 발생한 지진 때와 마찬가지로, 피난 상황 속에서도 서로 돕고 밝음을 잃지 않는 필리핀 사람들의 모습은 지원을 위해 현장에 있는 우리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말하지 못한 마음의 상처와 혹독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분들께 조금이라도 실질적인 힘이 될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곁에 함께 서 있겠다는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피스윈즈는 앞으로도 현장에서 밀접하게 동행하며 활동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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